발표 영상

발표 내용

저는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의 두옹 빅 한(Duong Bich Hanh) 문화부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문화창조산업인 CCI 분야에서 저희가 하는 일을 공유할 수 있도록 초청해 주신 주최 측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 배경

CCI 분야는 동남아시아 다수 국가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입니다. 동남아시아는 문화∙민족 다양성이 높고 창의적인 인재가 많으며, 중산층 증가세와 청년 인구 비중이 높은 역동적인 인구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오늘날 CCI 분야가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기는 하나, 업계 전반에 걸쳐 혁신과 동기 부여 기회가 많은 점을 볼 때 향후 미래는 밝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제 발표는 2005년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 협약(Convention on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the Diversity of Cultural Expressions)에 따라 유네스코 방콕사무소가 2019년 위탁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합니다. 연구 목적은 CCI 시민사회단체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동남아 CCI 분야의 재무 상황에 대한 검토와 분석이었으며, 동남아시아 국가(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의 322개 조직이 본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 동남아시아 CCI 분야 운영 환경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은 우대 정책이나 자금 조달 기회(조세 감면, 정부∙국제 보조금 신청 자격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그러나 본 연구 결과 조사 대상 조직의 상당수가 특정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모호한 위치에서 정확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조사 기관의 30% 정도가 공식적인 제도상 인정받지 못하는 비공식 단체나 공동체였습니다. 일부 조직은 민간 영리 기업으로 법인이 설립되었으나 실제로는 수입이 거의 없는 비영리단체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기업 활동과 사회적 역할 간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정부 절차 역시 CCI 조직 운영과 지속 가능성을 방해하는 큰 장애물 중 하나입니다.

대다수 국가의 경우 등록 절차가 복잡하고 지체되기 쉬우며, 허가와 승인 취득이 필요해 CCI의 행정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역내 정부 지원은 국가별로 상이합니다. CCI 분야 개발에 상당한 자금을 할당하는 정부(싱가포르 등)가 있는 반면, 국가 지원이 미미하거나 아예 부재한 국가(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도 있습니다. 설문 응답자들과 연구자들에 따르면, 보조금이나 자금이 제공되는 국가에서도 실제로 자금을 제공받거나, 심지어 관련 정보를 얻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또한 중소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국가에서는 해외 자금이 주요 자금원이지만 특정 등록 요건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동남아시아CCI 조직 상당수가 민간 후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조사 국가 모두 문화에 대한 기업과 개인의 자선 후원은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들 조직 다수는 전략적 기획 능력이 부족하고 시장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전체 기관의 23%가 사업 계획이 없어 ‘하루하루 운영해 나간다’고 밝혔고, 7%는 사업 기획을 할 줄 모른다고 응답했습니다.

많은 CCI 조직이 시간제나 프로젝트 기반 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업계 종사자들은 종종 무보수나 매우 낮은 임금으로 기관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기타 수입원으로 생계 유지). CCI 분야 급여가 매력적이지 못한 탓에 숙련된 인력의 유입과 유지가 어려운 점도 흔한 도전 과제로 지목됩니다. 창조 산업에 필요한 기술은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활용될 수 있어 직원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서비스나 관광 등의 관련 업계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경영과 행정 기술 훈련을 받은 직원이 부족하다고 밝혔으며, 이는 개발도상국 지역의 창조경제 분야 역량 강화는 아직 실험 단계에 그친다고 기술한 2013년 유네스코 창조경제보고서(Creative Economy Report)와 동일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창조노동의 사회적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있는 점입니다. 이는 창조 인력의 잠재적 수입 뿐 아니라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설문조사 결과 문화창조 상품과 서비스 관련 내수 시장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다수 단체들이 현지 소비자보다는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의 구매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십년간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수요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에서 조차 예술기업들이 표 판매와 관객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술시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다른 즐길 거리들과 거센 경쟁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디지털 콘텐츠와 세계화가 확대되면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골과 도시 지역 간 격차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조사한 대부분 국가들의 CCI 조직은 일반적으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운영되는 교육, 문화 보전, 관객 확대, 산업 역량 개발 등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대개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고, 구매 고객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 성공 요인 – 혁신 사례

본 설문조사 및 사례연구 결과, CCI 조직들이 더욱 성공하고 운영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주요 성공 요인은 다음의 네 가지로 나타났습니다. 단, 가장 성공적인 조직들조차 여전히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 정부 보조금, 지원금, 우대정책

조사 국가 중 싱가포르가 보조금, 우대 정책, 세액 면제 등 가장 광범위한 정부 지원을 CCI 조직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의 지속적인 국가 지원으로 싱가포르CCI 분야는 전문성을 갖추게 되었고 현지 관객 역시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는 싱가포르 문화 예술의 해외 홍보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에서도 CCI 분야 지원 정부정책은 긍정적인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태국의 경우, 공예 부문 증진 정책을 통해 세계에 고품질 전통 공예품의 명성을 높였으며, 인도네시아 정부기관인 창조경제진흥원 베크라프(Bekraf)는 CCI 조직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이니셔티브를 시행하고 세액 면제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보다 시급한 사안이 많은 중소국가들의 경우 CCI 분야에 대한 자금 조달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 민간 후원

동남아시아CCI 조직을 운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조직 창립자들과 후원자들의 기여가 필수적입니다. 이들은 종종 투자자나 운영책임자, 지원자 등의 역할을 하며, 사업 계약서를 제공하고 사무실 공간 임대료를 할인해 주거나 기업∙민간 행사를 후원하기도 합니다. CCI 조직 창립자들은 종종 무보수로 일하면서 기타 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직원 급여와 운영비를 충당할 뿐만 아니라 개인 자금을 조직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조직이 생존해 올 수 있었으나, CCI 창립자∙소유주의 자원이 소진되거나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 국제기구 자금 조달

국제기구와 외교 기관들은 CCI 조직을 지원하기 위해 특히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가장 필요한 활동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CCI조직은 비정부기구(NGO)로 등록되어 해외 기부를 받을 수 있으나, 등록 절차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거나 등록 비용이 높은 국가의 소규모 비공식 단체 상당수는 국제 네트워크에서 배제되어 있습니다.